호모날레디(Homo nal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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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날레디(Homo naledi) - 연대측정

작성일2019.01.06

호모 날레디의 연대 측정

호모 날레디 화석의 발견과 분석에 관한 초기 논문들은 그 연대에 대한 설명이 없는 상태로 발표되었다. 남아프리카 호미닌 화석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핵심 문제는 발견된 화석의 연대를 신뢰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결정하는 방법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동아프리카 호미닌 화석은 오래전 화산이 분출할 때 땅을 뒤덮은 화산대 사이로 지층을 이루는 퇴적물에서 나온 것이다. 지질학자들은 화산재 지층의 화학적 ‘지문’을 분석함으로써 그 연대를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다. 샌드위치처럼 두 화산재 지층 사이에 놓인 퇴적층에서 나온 화석의 연대는 당연히 두 화산재 지층 연대의 중간값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아프리카 인류의 요람에 있는 동굴 발굴 현장에는 화산재 지층이 없는 대신 호모 날레디 뼈들은 동굴 바닥에 놓여 있거나 방해석으로 이루어진 흐름돌(흐르는 물 아래 깔린 방해석층, 유동석: flowstone)층이 스며든 각력암층에 묻혀 있었다. 지질학자들은 화석이 발견된 동굴이 300만 년을 넘지 않았다고 추정했고, 발굴팀은 자신들의 발견이 논문으로 발표되기 전에는 방사성 탄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을 시도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한 연대 측정은 화석 일부를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은 5만 년이 넘는 유물에는 부정확하다. 또한 디날레디 방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흔한 동반 동물 화석들이 발견되지 않아 동물상을 이용한 연대 추정도 불가능했다.

화석 발견 당시에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의 프랜시스 새커리(Francis Thackeray)는 호모 날레디의 나이를 약 2백만 년으로 추정했었다. 이것은 날레디의 두개골과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호모 하빌리스의 두개골과의 유사성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 호모 종들은 각각 150만 년, 250만 년 그리고 180만 년 전에 존재했었다. 두개골 특성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초기 계산에 따르면 호모 날레디가 살았던 연대는 약 200만 년에서 91만 2000년 전 사이였다.

발굴팀은 연대를 추정하는 데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잘못된 것이 밝혀지면 연대뿐만 아니라 모든 화석 분석 결과가 (일부 학자들의 주장처럼 신중하지 못했다고) 의심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석에 대한 분석이 끝난 2016년이 되어서야 발견팀은 동굴 방의 흐름돌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화석층의 지리학적 연대를 결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7년에 덕스(Dirks)와 19명의 동료 과학자들은 6가지의 다양한 연대 측정법(방사성 탄소 측정법, 우라늄-토륨 측정법, 고지자기, 전자스핀 공명 측정법, 우라늄 계열 비평형법, 광자극 연대측정법)을 동원하여 화석 이빨과 화석을 둘러싸고 있던 퇴적층 그리고 주변을 덮고 있던 흐름돌의 연대로부터, 33만 5000년~23만 6000년 전이라는 매우 이른 연대를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확대 ▲그림 24. 위쪽: 제임스 쿡 대학의 연구실에서 Christa Placzek 박사가 우라늄(U)과 토륨(Th) 샘플을 추출하고 있다. 아래쪽: 디날레디 방의 흐름돌을 분석한 레이저 분석기 (출처: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

먼저 그들은 호모 날레디 화석 뼈 일부를 덮고 있던 흐름돌에 대한 방사성 연대 측정(우라늄-토륨 측정법)을 시도했다. 우라늄-토륨 측정법은 우라늄은 수용성이어서 물을 지닌 물질 내부로 스며들 수 있지만, 우라늄이 토륨으로 붕괴하면 물에 녹지 않는 특성에 기반한 연대 측정법이다. 이 방법은 뼈와 동굴의 여러 광물질의 연대를 계산할 수 있다. 두 곳의 실험실에서 독자적으로 행해진 실험의 결과 흐름돌의 연대는 23만 6000년으로 나왔다. 따라서 그 아래 있던 호모 날레디의 화석 뼈의 연대는 그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 비슷한 결과가 광자극 연대 측정법에서도 나왔다. 이 방법은 동굴 퇴적물에 있는 석영이 마지막으로 빛에 노출된 시기를 알려준다. 다시 말해 퇴적물의 모래가 어두운 동굴 방으로 씻겨 내려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계산할 수 있는 셈이다. 더불어 고지자기 측정법 결과까지 다른 방법들과 비슷한 연대 추정치를 제공하여 신뢰성을 더해주었다.

최대 연대를 측정하는 것은 더 복잡한 일이었다. 화석 뼈보다 더 아래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흐름돌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대 측정팀은 퇴적층의 모래알과 호모 날레디 이빨 3개를 가지고 일련의 연대 측정법을 동원했다. 특히 이빨에 대한 전자스핀 공명 측정법(ESR, electron spin resonance dating)이 가장 중요했다. 이 방법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의 최대치인 5만 년보다 더 오래된 화석에 쓰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빨을 파괴하지 않고 신뢰할 만한 연대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이빨의 에나멜 조각에 ESR과 우라늄 계열(U-series) 측정법을 병행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두세 곳에 불과합니다.”라고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매슈 듀발(Mathieu Duval)은 말한다. 그 결과 호모 날레디의 최대 나이는 33만 5000년 정도로 계산되었다. “마침내 우리는 매우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호크스의 말이다. 33만 5000~23만 6000년이라는 나이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연대(200만 년에서 91만 2000년 사이)보다 훨씬 최근의 것이었다. 그동안 고인류학계에서 골격의 형태만 보고서 연대를 추정하는 일의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확대 ▲그림 25. 연구자들이 연대측정을 위해 흐름돌에서 샘플을 특정하고 있는 모습 (출처: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

디날레디 방에서 가까운 레세디 방에서 발견된 호모 날레디 화석 뼈의 나이는 25만 년으로 밝혀져 이 종이 최근까지 생존했다는 사실에 증거를 더했다. 버거는 호모 날레디가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시기에 존재했으리라 추정한다. 또한 호크스는 호모 날레디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 아시아의 데니소바인, 아프리카의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때 존재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이 결과는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이처럼 작은 뇌를 가진 호미닌이 최근까지 존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더 작은 뇌를 가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격리된 섬에서 살았으며 현대 인간이 도래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5만 년 전쯤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호모 날레디는 호모 속이 여러 종으로 분산하는 과정 중 초기 곁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오래된 특징과 최근에 진화한 특징을 겸비한 호모 날레디의 모자이크 해부 구조는 여러 다른 호미닌 계통 사이의 혼종의 결과일 수도 있다. 이처럼 작은 뇌를 가진 호미닌이 훨씬 발전된 호모 속 구성원들이 나타나는 시기까지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인간 진화에 관한 기존 개념에 수정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