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호빗을 둘러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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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 호빗을 둘러싼 논쟁들

작성일2019.09.25

호빗을 둘러싼 논쟁들

진화상 위치에 관한 논쟁
리앙부아 호미닌 유물의 가장 특이한 점은 아마도 작은 키와 작은 뇌일 것이다. 이는 거의 완벽한 골격을 보유하고 있는 LB1화석에서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다른 개체들의 몸체 뼈도 마찬가지로 작고 LB8 화석의 경우는 LB1보다 더욱 작다. 비록 리앙부아에서 회수된 구개골은 하나뿐이었지만, 두 개의 하악골(LB1과 LB6)의 경우 그 형태와 크기가 매우 비슷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에서 보이는 톡특하게 뒤섞인 해부학적 특징들을 설명할 수 있는 진화적 시나리오가 제시되어야만 한다. 한 가지 가설은 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선조라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초기 호모 에레투스와 인도네시아의 초기 호모 에렉투스가 이 가설에 의해 제시된 조상 그룹 후보들이다. 다른 가설은 호모 에렉투스 이전에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이미 분기했다고 주장하는데, 호모 하빌리스 같은 초기 호모 종이 조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언뜻 이 두 이론의 차이점을 구별하기는 쉬워 보인다. 만약 리앙부아의 호미닌들이 보다 이른 시기의 호미닌들에 비해 호모 에렉투스에서 유래된 파생 형질을 갖고 있다면, 호모 에렉투스에서 기원했다는 이론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리앙부아 호미닌들이 호모 에렉투스에서 관찰되는 것보다 더욱 원시적인 형질을 드러낸다면, 호모 에렉투스 이전에 분기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어느 경우든 고유파생형질의 특징들이 그 후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생활상과 도구사용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도구들은 초기 인간이 최소한 백만 년 전에 이곳에 도착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섬이 9 km나 떨어진 험난한 바다를 지나 어떻게 플로레스 섬까지 도달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고인류학자들은 호모 플로레스가 제작한 많은 도구를 발견했는데, 이 도구들은 같은 섬에서 더욱 이른 시기에 발견되는 도구들이나 인간 진화사에 걸쳐 발견되는 도구들(특 아시아의 초기 구석기 시대나 아프리카의 올도완 석기)과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또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스테코돈(멸종한 난장이 코끼리)을 사냥했다는 사실은 수백 개가 넘는 스테고돈 뼈들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점유했던 지층에서 발견되었고, 이 뼈들 일부에서는 도구로 살을 발라낸 흔적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화석의 연대는 약 10만 년 전에서 6만 년 전으로 판명되었지만, 고고학적 증거(대부분 석기 도구에서 나온)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리앙부아에서 최소한 19만 년 전에서 5만 년 전까지 살았다고 시사한다. 이 연대에 따르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호모 사피엔스와 함께 가장 최근까지 생존한 인간 종에 속하게 된다. 이들의 멸종은 스테고돈, 거대 대머리황새와 독수리들과 같은 지역의 다른 동물상의 멸종과 때를 같이한다. 처음에는 약 12,000년 전에 플로레스 섬에서 발생했던 화산 폭발이 원인이었으리라 생각했으나 최근 연구 결과는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생인류의 도착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비록 리앙 부아 동굴에서 현생 인류의 증거는 11,000년 전이 되어야 나타나지만, 우리 현생인류는 약 5만 년 전에 이미 그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증거가 있다. 현생인류는 약 오만 오천년 전에서 삼만 오천 년 사이에 인도네시아에 등장했는데, 아마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와 접촉했을 것이다. 다만 리앙부아 동굴에서는 아직까지 그러한 증거가 없다.

확대 ◀ 그림 8 , ▲그림 9 리앙부아 동굴의 발굴 모습

흥미로운 사실은 플로레스 섬 주민들의 사이에 내려오는 에부 고고(Ebu Gogo)에 관한 전설이다. 작고 털이 많은 동굴인에 관한 이야기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와 유사하다. 어쩌면 섬의 다른 지역에서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더욱 오랫동안 생존하여 그러한 이야기의 근원이 되었을 수도 있다.
리앙부아에는 불을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수많은 어린 스테고돈의 유해가 함께 발견되었고 일부 뼈들은 불에 그슬린 것으로 보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요리를 하기 위해 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채색을 위한 염료, 장식품 또는 의도적인 매장의 증거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유물이나 행동 양식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발견된 층보다 위에 놓여있는 현생인류의 흔적이 있는 층에서 발견되고 있다.

호빗의 사냥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의 동물고고학(zooarchaeology) 대학원생인 그레이스 베치(E. Grace Veatch)는 호빗이 먹었던 것을 살펴보는 게 그들의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사용하는 사냥 전략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키가 1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호미닌들은 어떻게 거대한 쥐를 사냥했을까?
플로레스 섬의 특성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진화를 이해하는 핵심 단서들 중 하나이다. 앞서 설명했던 제한적 환경으로 스테고돈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크기가 작아지는 섬 왜소화 현상과 정반대의 상황이 플로레스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원시 코끼리가 몸집이 작아지는 반면 황새와 박쥐, 쥐의 몸집이 극도로 커졌다. 이 동물들 가운데 에모리 대학의 연구진은 리앙부아 동굴 발굴지에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와 관련된 여러 종의 쥐의 잔해를 연구하고 있다. 동굴 주변에 남아있는 쥐 뼈 표면에 있는 홈이나 긁힌 자국들을 보면 그 동물이 도살되었는지 아니면 그 지역의 맹금류 중 한 마리의 소화관을 통과했는지 알 수 있다. 리앙부아 동굴에서 발견된 온 중소형 쥐들은 대부분 새들에게 먹힌 것 같다. 그러나 일부는 분명히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서 절단된 흔적도 발견됐다.

확대 ▲그림 10 플로레스섬에서 거대화 현상을 보이는 설치류를 조사하는 것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작은 몸과 그들의 생활상을 알아보는데 도움을 준다.


사실 인류학자들 사이에서는 고대 호미닌의 작은 포유류 사냥의 증거가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대한 불일치가 있다. 고고학 유적지에서 작은 포유류 유적이 발견 될 때, 그들은 기술의 복잡성, 예를 들어 덫과 그물의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도구는 함정을 만들고 확인하는 데 필요한 사전 사고와 주위 환경에 관한 지식 및 추상적 사고뿐만 아니라 함정을 설치하고 확인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 능력은 해부학적으로 현대인, 즉 호모 사피엔스와 가장 관련이 있다.
반면에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빗"과 같이 호모의 다른 구성원과 연관된 장소에서 작은 포유류 유해가 발견되면, 그러한 증거는 이러한 설치류들이 다양하고 풍부했으며, 따라서 "쉬운 표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작은 체격의 쥐에서 절단 흔적이 보인 것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때때로 가장 작은 쥐 종을 식단에 포함시켰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작은 포유류의 식단은 정말 무엇을 의미할까?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리앙부아 동굴에서 살면서 쥐를 사냥했을까? 그들은 사냥을 위해 덫을 만들거나 사냥 전략을 짰을까? 아직까지 이것은 풀리지 않은 퍼즐이다.
오늘날 플로레스 섬의 주민들은 섬의 동물 자원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플로레스의 인간 인구는 섬의 동물 군에 크게 영향을 미쳐서, 한때 살았던 많은 종을 멸종 시켰지만 쥐와 박쥐는 여전히 번성하고 지역 식량원으로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 고대 조상과 같은 쥐와 박쥐 종을 정기적으로 죽이는 현대 사냥꾼은 고대 사냥 전략을 밝힐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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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발견과정
화석의 특징들
호빗을 둘러싼 논쟁들
변화하는 고인류학의 정설들